일제강점기인 1916년에 주세령(酒稅令)이 공포되면서 우리나라 전통주는 큰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집집마다 만들어지던 가양주는 단속의 대상이 되었고, 다양한 소규모 양조장들이 사라지게 되었다. 광복 이후인 1960년대에도 양곡관리법과 주세법의 개정으로 술을 만들 때 쌀을 사용할 수 없게 되는 등 이후로도 한동안 우리나라의 술은 전통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만들어낼 기회를 잃게 되었다.
1929년 조선 전역의 주조업자를 중심으로 조선주주조합중앙회(朝鮮酒造組合中央會)가 설립되었다. 협회 회칙을 살펴보면 주조에 관한 학술적 연구, 주조 종사자의 양성 등 주조의 개량과 발전을 목적으로 결성되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협회에서는 주류품평회 개최, 이름난 술이 있는 곳을 찾아가는 시찰단 결성 등의 사업을 수행하였는데, 이 중 주조 전문 잡지 발행도 있었다.
이번에 소개하는 자료는 당시 전통주의 모습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주조전문잡지로, 1939년 9월 발행된 『주지조선(酒之朝鮮)』 1939년 9월호이다. 조선주주조합중앙회는 1934년에 '주'라는 잡지를 창간하였고, 1939년 8월 발행한 11권 8호부터 ‘주지조선’으로 변경하여 발행되었다.
『주』에서 『주지조선』으로 바뀌면서 앞표지 그림이 변경되었고, 『주지조선』에는 매 호 새로운 표지가 실렸다. 이번에 소개하는 1939년 9월호의 표지는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미술교사로 근무하여 근대 화단에 많은 영향을 미친 사토 쿠니오(佐藤 邦雄)가 그렸다.
목차를 살펴보면 '소화14년도 총독부 예산에 대하여', '조선주의 통제와 주질', '조선주의 원료와 구입', '주조강습회에 대하여', '제6회 조선주 주조강습회 보고', '주류곡자밀조방지 선전용 포스터·표어현상모집' 등의 글 및 술 관련 수필 등이 게재되었다.
이 중 '제6회 조선주 주조강습회 보고'에서는 곡자(麯子), 즉 누룩의 제품별 분석 성적표, 막걸리 담금 실습용 밑술 육성 등 당시 우리나라 술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정리되어있다. 이러한 품질 개선 및 향상을 위한 연구는 양질의 주류를 생산하여 주세를 납부하고 전시체제에 일조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는 점에서 한계를 지닌다. 다만 이 자료는 현재 명맥이 끊긴 우리 술의 역사적 단면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참고자료
김영미, 「식민지기 酒造業 관련 잡지를 통해 본 朝鮮酒造協會의 활동 양상과 성격-기관잡지 발행 활동을 중심으로-」, 『한일관계사연구』 71, 한일관계사학회, 2021.